창작시

마침표 하나가 나의 길을 막는다

minhang 2020. 10. 13. 09:28
728x90
반응형

 

마침표 하나가 나의 길을 막는다

     /이정화

 

 

스마트폰으로 시를 쓰는데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마침표가 자동으로 찍힌다

문장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찍히는

마침표는 어디에서 왔을까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핸드폰 화면은 자꾸만 꺼지고

내가 연출하지 않았는데

마른하늘에 천둥과 벼락이 내려치고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의도와는 다른 말들이 거미처럼 불쑥 기어 나오고

 

내가 미처 물을 주지 않았는데

양파에 새싹이 돋아나고

내가  가벼운 시선 한번 던지지 않았는데

아파트 화단 위에서 제라늄은 붉게 피어나고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너는 등을 돌리며 떠났다

 

풀잎에게 바람의 언어를 배우고

별들에게 마침표의 행방을 물어본다

마침표 하나로 너의 모습이 바뀌던 어느날 저녁

 

-한국현대시 2020년 상반기호

 

 

 

 

 

728x90
반응형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노래  (23) 2020.11.16
핫케잌을 굽는 시간  (18) 2020.11.09
시세계 발표시/옷 무덤 탐구법  (11) 2020.10.20
붕어빵을 굽는 여자  (23) 2020.10.18
시문학 발표시/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세상을 클릭하다  (20)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