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시문학 발표시/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세상을 클릭하다

minhang 2020. 10.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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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

       /이정화

 

  

밤이 어둠의 장화를 신고 걸어나온다

블랙홀에서 샛노란 별들이 쏟아진다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잠든 장미

오리온 자리와 페가수스 자리를 돌며 배회하던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남쪽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새벽을 부른다

내가 너에게로 달려 갈 동안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구름이 변하여 비가 되어 내리겠지

내가 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 망설이는 동안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갔는지

너는 먼 곳을 돌고 돌아 나에게로 왔는데

내가 너의 소매자락을 붙잡기가 너무 힘겨워

쉼표 하나에 표정을 바꾸고

물음표 하나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너의 향기를 너의 미소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로 달려 갈 동안

정지된 시간이 다시 흐르고

푸른 나뭇잎의 맥박 소리가 힘차게 들리고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는 만나게 되겠지

내가 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 망설이는 동안

 

*시문학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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