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시세계 발표시/옷 무덤 탐구법

minhang 2020. 10.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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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무덤  탐구법 /이정화


이천일 아울렛 야외매장에 가면  옷 무덤이 있다
철 지난 옷들과 팔다가 남은 옷들이 한데 뒤엉겨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옷  무덤을 파헤치다 보면
간혹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하지만
사이즈가 한 치수 작거나 크기도 하고
구김살이 너무 심해서  후줄근하다


전업 주부들은 오전부터 이곳에 와서 출근 도장을 찍고
아울렛 매장을 전전하다가
최후의 보루로 옷 무덤을 탐구하는 것인데


서로 좋은 물건을 차지하려고
옷의 팔과 다리를 함부로 잡아당기기도 하고
죄 없는 옷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도 하면서
옷 무덤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옷들은 탈진하여 여기저기 나자빠져 있고
하늘 높이 쌓아 올린 봉분은 어느새 납작해져 있다


전리품처럼 획득한 옷가지들을 한가득 품에 안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포만감이 가득
만족한 미소가 떠오른다


매장 여직원이  무너진 옷들의 무덤을 다시 쌓기 시작한다
이제  옷들의  조용한 장례식을  치루어야 할 시간이다

 

 

*계간 <시세계> 2015년 가을호

 

옷 무덤  탐구법

 / 이정화


이천일 아울렛 야외매장에 가면  옷 무덤이 있다
철지난 옷들과 팔다가 남은 옷들이 한데 뒤엉겨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옷  무덤을 파헤치다 보면
간혹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하지만
사이즈가 한 치수 작거나 크기도 하고
구김살이 너무 심해서  후줄근하다
전업 주부들은 오전부터 이곳에 와서 출근 도장을 찍고
아울렛 매장을 전전하다가
최후의 보루로 옷 무덤을 탐구하는 것인데

서로 좋은 물건을 차지하려고
옷의 팔과 다리를 함부로 잡아당기기도 하고
죄없는 옷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도 하면서
옷 무덤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옷들은 탈진하여 여기저기 나자빠져 있고
하늘높이 쌓아올린 봉분은 어느새 납작해져 있다
전리품처럼 획득한 옷가지들을 한가득 품에 안고
게산대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포만감이 가득
만족한 미소가 떠오른다
매장 여직원이  무너진 옷들의 무덤을 다시 쌓기 시작한다
이제  옷들의  조용한 장례식을  치루어야 할 시간이다

 

 

*계간 <시세계> 2015년 가을호

'시세계'는  도서출판 [천우]에서 발행하는  시(詩) 전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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