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목련의 화법
/이정화
목련을 처음으로 만나던 날
몹시 눈이 부셨다
봄이 처음으로 나에게 왔는데
꽃보다 잎이 나중에 피어나던
그의 어눌한 화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목련이 떨어지던 날
세상의 문이 닫혀지고
그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꽃잎이 떨어진 가지마다
푸른 희망의 등불이 켜지고 있었다
목련이 하얗게 다시 피어나던 날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그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났다
상처난 가슴을 열어 보이며
꽃잎은 침묵의 화법으로 말하고 있었다
-한국크리스천문학 2014년 겨울호
728x90
반응형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게탕을 끓이며 (0) | 2024.01.15 |
---|---|
버려야 할 것들 (0) | 2023.04.08 |
가을이 저무는 창가에서 (3) | 2022.10.29 |
조명등 가게를 지나며 (4) | 2022.08.25 |
너에게로 또다시 (4) | 2022.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