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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럼 14

가을비 내리는 날에 우산을 접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창문을 열어 보니 비 탓인지 갑자기 하강한 기온으로 날씨가 추워서 다시 창문을 닫아버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더워서 냉방기구를 사용해야만 했었는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다니 새삼스럽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이 시작될 것 같다. ​ 지난여름은 그렇게 무덥고 길었었는데, 가을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숙연한 느낌이 든다. ​ 가을비는 소나기나 장맛비와는 달리 그렇게 사납지도 않고 빗줄기가 굵지도 않다. 소나기가 내릴 때엔 우산을 써도 옷과 신발이 빗물에 젖기도 하고 바람조차 심하게 불 때에는 우산을 써도 거세게 내리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우산이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가을비는 소나기처럼 사납지도 않고 장맛비처럼..

수필&칼럼 2023.09.20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면서...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면서...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그런지 추워서 한기가 밀려왔다.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살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가을이 왔나 보다. 그동안 블로그만 하고 있다가 브런치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역시나 중요한 공지 사항이 있었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많은 참가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는 오랜 고민 끝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일 막바지에 급하게 응모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이번에는 앞뒤 좌우 살피지 않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재빨리 응모했다. 첫날에 응모해서 그런지 왠지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이번에는 대략 50편 정도..

수필&칼럼 2022.08.29

이대 앞 제과점 그린 하우스

이대 앞 제과점 그린 하우스 이대 정문 앞에는 '그린 하우스’라는 좀 색다른 이름의 제과점이 있었다. 그곳은 내가 이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에 처음으로 들어가 본 곳이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다소 추운 날씨였다. 대구에서 올라오신 엄마와 언니가 그곳에서 내가 시험을 치르고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때 그린 하우스에서 내가 시험을 마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언니를 생각하며 왠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른 것 같다. 지금은 대입 본고사 시험을 거의 논술형으로 치루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입 본고사를 논술형으로 치르는 대학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이대는 본고사를 논술형으로 치렀기 때문에 이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따로 본고사 전문 학원에 들어가서 몇 개월간 수강을..

수필&칼럼 2020.12.05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가격도 비싸거니와 특별히 바쁜 사람들 외에는 핸드폰이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을 버스를 기다릴 때에도 버스 정류장에 서서 자연스럽게 걸려오는 핸드폰을 받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전철 안에서도 큰소리로 핸드폰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까지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면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아슬아슬한 ..

수필&칼럼 2020.11.18

건망증이 심한 그녀

건망증이 심한 그녀 건망증이 심한 어느 주부의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열쇠나 지갑, 핸드폰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잃어버렸던 팔찌를 어느 날 장롱 위에서 발견했다고 할 정도이니, 그녀의 건망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어 놓고 밤을 삶다가 잠시 외출해서 돌아왔더니, 밤은 너무 익을 대로 익어서 부엌 천정 위로 튀어 다니고 있었고 냄비는 어느새 다 타버려서 새까맣게 변해있었다고 했다. 건망증이 그 정도쯤 되면 그녀는 분명히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나 유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서 전국의 시청자들 앞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수필&칼럼 2020.11.12

추석 명절 안동 비빔밥에 대한 단상

추석 명절 안동 비빔밥에 대한 단상 이틀 전에 웅진 코웨이 코디가 정수기 점검을 위해 우리 집에 방문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간단한 대화이다. 그녀: 추석 연휴에 어디 가세요? 나: 시어른들도 다 돌아가시고 친정 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 어디 갈 곳이 없네요. 그냥 집에서 지냅니다. 그녀(조금 부러워하며): 시댁에 안 가도 되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집에서 지내도 명절 음식을 다 해야 하니,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명절엔 안동 비빔밥을 꼭 해야 하는데요, 나물 종류만 10가지 정도 돼요. 그걸 다 손질해서 다듬고 씻고 데쳐서 볶아야 하거든요. 그녀(놀라서): 무슨 나물을 그렇게 많이 해요? 그걸 다 혼자서 하나요? 나: 물론이지요. 그런데 전 종류는 ..

수필&칼럼 2020.09.29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아주 오래전에 '안개 기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평범한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어느날 주인공인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그 영화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로 끝을 맺고 말았다. 그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여자가 남편과 헤어지면서 낙엽으로 가득한 도로 위를 운전해 가던 장면이었다. 그녀의 자동차 위에는 언제 떨어져 있었던지 노란 은행잎들로 온통 뒤덮여 있어서 무척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자동차를 몰고 천천히 도로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차에서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도로위에 떨어져 있던 낙엽들이..

수필&칼럼 2020.09.24

침묵의 향기로 피어나던 언어

무척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방송국의 스크립터 일을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허름한 자취방에서 드라마 습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거의 대화와 대화의 연결이 대부분인 드라마 대본을 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60분짜리 TV 드라마 대본을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한편 쓰고 나면, 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말아서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되곤 했었다. 드라마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실감 나게 그려내야 한다.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는 TV라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너무 환상적이어서도 안되고 또한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나는 그때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현실과 가상의 딜레마 속에서 날마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나의 체험을 ..

수필&칼럼 2020.08.23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 종이에 글을 쓰는 즐거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사각거리며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종이에 글을 써 본 지가 언제였던지 까마득하다. 요즘은 시 한 줄을 쓸 때에도 노트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되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모양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글을 쓸 때에는 주로 줄 그어진 노트와 흑색 볼펜을 사용하곤 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서 노트 위에 쓰인 시구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그렇게 무수히 노트와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상황은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컴퓨터라는 너무도 편리한 기계가 있으니, 굳이 힘들게 노트 위에 글을 써서 틀린 것을 볼펜으로 죽죽 지우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자판..

수필&칼럼 2020.08.20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배울점은?

어제 내가 사는 아파트 안에 있는 조그마한 문구점에 갔다. 성경필사용 노트 속지와 필기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사놓았던 속지와 사인펜을 두 달만에 다 사용하게 되어 이번에는 되도록 많이 사놓으려고 생각하며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 같았으면 문구점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매번 잊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문구점에 들어서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문구점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물건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웬일인지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신발주머니를 꽉 부둥켜안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녀가 ..

수필&칼럼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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