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사각거리며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종이에 글을 써 본 지가 언제였던지 까마득하다. 요즘은 시 한 줄을 쓸 때에도 노트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되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모양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글을 쓸 때에는 주로 줄 그어진 노트와 흑색 볼펜을 사용하곤 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서 노트 위에 쓰인 시구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그렇게 무수히 노트와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상황은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컴퓨터라는 너무도 편리한 기계가 있으니, 굳이 힘들게 노트 위에 글을 써서 틀린 것을 볼펜으로 죽죽 지우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자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