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방송국의 스크립터 일을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허름한 자취방에서 드라마 습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거의 대화와 대화의 연결이 대부분인 드라마 대본을 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60분짜리 TV 드라마 대본을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한편 쓰고 나면, 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말아서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되곤 했었다. 드라마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실감 나게 그려내야 한다.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는 TV라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너무 환상적이어서도 안되고 또한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나는 그때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현실과 가상의 딜레마 속에서 날마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나의 체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