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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럼9

침묵의 향기로 피어나던 언어 무척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방송국의 스크립터 일을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허름한 자취방에서 드라마 습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거의 대화와 대화의 연결이 대부분인 드라마 대본을 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60분짜리 TV 드라마 대본을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한편 쓰고 나면, 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말아서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되곤 했었다. 드라마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실감 나게 그려내야 한다.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는 TV라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너무 환상적이어서도 안되고 또한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나는 그때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현실과 가상의 딜레마 속에서 날마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나의 체험을 .. 2020. 8. 23.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 종이에 글을 쓰는 즐거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사각거리며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종이에 글을 써 본 지가 언제였던지 까마득하다. 요즘은 시 한 줄을 쓸 때에도 노트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되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모양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글을 쓸 때에는 주로 줄 그어진 노트와 흑색 볼펜을 사용하곤 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서 노트 위에 쓰인 시구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그렇게 무수히 노트와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상황은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컴퓨터라는 너무도 편리한 기계가 있으니, 굳이 힘들게 노트 위에 글을 써서 틀린 것을 볼펜으로 죽죽 지우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자판.. 2020. 8. 20.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배울점은? 어제 내가 사는 아파트 안에 있는 조그마한 문구점에 갔다. 성경필사용 노트 속지와 필기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사놓았던 속지와 사인펜을 두 달만에 다 사용하게 되어 이번에는 되도록 많이 사놓으려고 생각하며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 같았으면 문구점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매번 잊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문구점에 들어서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문구점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물건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웬일인지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신발주머니를 꽉 부둥켜안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녀가 .. 2020. 8. 7.
내가 카페 미뇽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이유 '찻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근래에는 '찻집'이라는 말 대신에 '커피숍'이나 '카페' 또는'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모두 다 외래어이다. 요즈음엔 찻집에 갈 일이 거의 없지만 대학시절에는 찻집에 자주 갔던 것 같다. 특히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찻집에 더욱 자주 갔던 것 같다. ​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찻집 '미뇽'은 다른 찻집들과는 분명히 다른 무엇이 있었다. '미뇽'은 내가 다니던 대학교 정문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교 주변에서 한동안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하숙집에서 지내던 선배 언니들과 저녁에 그곳에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미뇽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끼어 있었기 때문에 무.. 2020. 7. 26.
아름다운 사람- 동네 커튼 가게 주인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어느 지하철역의 화장실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문구가 그 장소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듯해서 몇 번이나 유심히 읽어 보았다. 공공 화장실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해도 향기가 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정에 간곡하게 호소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화장실을 깨끗하게 보존하려는 의도가 잘 나타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곳에서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려던 사람도 한 번쯤 그 문구를 읽어보게 되면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나의 큰 아이가 다섯 살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우리는 17평형 서민 .. 2020. 7. 25.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생각나는 소설- 작지만 소중한 일 너무 오래전에 읽은 소설이라서 지금은 작가의 이름도 정확한 제목도 기억에 가물가물 하지만 생활이 힘들 때나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그 작품의 내용을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내 마음이 잠시동안이나마 따스해지곤 한다. 아마 외국 작가의 단편 소설이었던 것 같다. 제목은 '작지만 따스한 일' 또는 '작지만 소중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남자였던가 여자였던가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튼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몹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 일이 부지불식 중에 터진 일이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어서 무척 황망한 심정에 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은 어느 친절한 이웃의 집에 들르게 된다. 평소에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었.. 2020. 7. 20.
물에 관한 놀라운 비밀-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며 물이 없이는 우리들은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평소에 우리들에게 늘 가깝고 친근한 물이지만 우리들은 과연 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에 물에 관한 놀라운 사실이 기록된 어떤 책을 읽었다. 에모토 마사루라는 일본의 물 연구가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8년 동안 물을 얼려서 결정 사진을 찍는 새로운 방법으로 물을 연구하였다. 그 이전까지는 파동 측정으로 물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다양한 물의 결정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자연수(용천수, 지하수, 빙하, 강 상류의 물 등)는 어느 곳의 물이라도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으로 나타나고 수돗물에서는 깨끗한 결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2020. 7. 18.
정수기 점검을 받을 때 말조심을 해야하는 이유 생활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말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말이 너무 없어서 " 말 좀 하고 살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아온 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동창들 모임에 가서 수다를 떨기 시작하니 친구들이 모두 놀라서 나에게 말했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많아졌니? 학교 다닐 때는 말 한마디도 안 하더니..."라고 오늘은 정수기 코디가 오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성경책을 소리 내서 읽고 기도로 부산하게 준비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한마디도 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하였다. '내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소서'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리면서... 지난번에 정수기 코디가 오던 날에는 내가 수다를 너무 떨어서 코디가 정수기 점검에 집중을 못해서 그런지 그녀가 다녀가고 나.. 2020. 7. 16.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인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생각 아침 일찍 마스크를 끼고 편의점에 다녀왔다. 우유와 커피를 사기 위함이었다.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검정 마스크를 낀 직원이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얼른 일어났다. 아마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자리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 본의 아니게 내가 그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매상을 많이 올려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았더니 2만 원 가까운 금액이 나왔다. 재난 선불카드로 물건값을 흔쾌히 결제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니 눈부신 아침햇살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내렸다. ​ 아파트 입구에서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새댁을 만났다. 그녀는 원피스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그녀 역시 새하얀 마스크를 끼고 있.. 2020.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