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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럼11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가격도 비싸거니와 특별히 바쁜 사람들 외에는 핸드폰이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을 버스를 기다릴 때에도 버스 정류장에 서서 자연스럽게 걸려오는 핸드폰을 받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전철 안에서도 큰소리로 핸드폰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까지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면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아슬아슬한 .. 2020. 11. 18.
건망증이 심한 그녀 건망증이 심한 그녀 건망증이 심한 어느 주부의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열쇠나 지갑, 핸드폰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잃어버렸던 팔찌를 어느 날 장롱 위에서 발견했다고 할 정도이니, 그녀의 건망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어 놓고 밤을 삶다가 잠시 외출해서 돌아왔더니, 밤은 너무 익을 대로 익어서 부엌 천정 위로 튀어 다니고 있었고 냄비는 어느새 다 타버려서 새까맣게 변해있었다고 했다. 건망증이 그 정도쯤 되면 그녀는 분명히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나 유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서 전국의 시청자들 앞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2020. 11. 12.
추석 명절 안동 비빔밥에 대한 단상 추석 명절 안동 비빔밥에 대한 단상 이틀 전에 웅진 코웨이 코디가 정수기 점검을 위해 우리 집에 방문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간단한 대화이다. 그녀: 추석 연휴에 어디 가세요? 나: 시어른들도 다 돌아가시고 친정 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 어디 갈 곳이 없네요. 그냥 집에서 지냅니다. 그녀(조금 부러워하며): 시댁에 안 가도 되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집에서 지내도 명절 음식을 다 해야 하니,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명절엔 안동 비빔밥을 꼭 해야 하는데요, 나물 종류만 10가지 정도 돼요. 그걸 다 손질해서 다듬고 씻고 데쳐서 볶아야 하거든요. 그녀(놀라서): 무슨 나물을 그렇게 많이 해요? 그걸 다 혼자서 하나요? 나: 물론이지요. 그런데 전 종류는 .. 2020. 9. 29.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아주 오래전에 '안개 기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평범한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어느날 주인공인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그 영화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로 끝을 맺고 말았다. 그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여자가 남편과 헤어지면서 낙엽으로 가득한 도로 위를 운전해 가던 장면이었다. 그녀의 자동차 위에는 언제 떨어져 있었던지 노란 은행잎들로 온통 뒤덮여 있어서 무척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자동차를 몰고 천천히 도로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차에서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도로위에 떨어져 있던 낙엽들이.. 2020. 9. 24.
침묵의 향기로 피어나던 언어 무척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방송국의 스크립터 일을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허름한 자취방에서 드라마 습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거의 대화와 대화의 연결이 대부분인 드라마 대본을 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60분짜리 TV 드라마 대본을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한편 쓰고 나면, 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말아서 나는 거의 파김치가 되곤 했었다. 드라마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주 실감 나게 그려내야 한다.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는 TV라는 영상매체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너무 환상적이어서도 안되고 또한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나는 그때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현실과 가상의 딜레마 속에서 날마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나의 체험을 .. 2020. 8. 23.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 종이에 글을 쓰는 즐거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로 사각거리며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싶다. 종이에 글을 써 본 지가 언제였던지 까마득하다. 요즘은 시 한 줄을 쓸 때에도 노트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되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모양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글을 쓸 때에는 주로 줄 그어진 노트와 흑색 볼펜을 사용하곤 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밤을 새워서 노트 위에 쓰인 시구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그렇게 무수히 노트와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상황은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컴퓨터라는 너무도 편리한 기계가 있으니, 굳이 힘들게 노트 위에 글을 써서 틀린 것을 볼펜으로 죽죽 지우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자판.. 2020. 8. 20.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배울점은? 어제 내가 사는 아파트 안에 있는 조그마한 문구점에 갔다. 성경필사용 노트 속지와 필기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사놓았던 속지와 사인펜을 두 달만에 다 사용하게 되어 이번에는 되도록 많이 사놓으려고 생각하며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 같았으면 문구점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매번 잊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문구점에 들어서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문구점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물건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웬일인지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신발주머니를 꽉 부둥켜안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녀가 .. 2020. 8. 7.
내가 카페 미뇽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이유 '찻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근래에는 '찻집'이라는 말 대신에 '커피숍'이나 '카페' 또는'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모두 다 외래어이다. 요즈음엔 찻집에 갈 일이 거의 없지만 대학시절에는 찻집에 자주 갔던 것 같다. 특히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찻집에 더욱 자주 갔던 것 같다. ​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찻집 '미뇽'은 다른 찻집들과는 분명히 다른 무엇이 있었다. '미뇽'은 내가 다니던 대학교 정문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교 주변에서 한동안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하숙집에서 지내던 선배 언니들과 저녁에 그곳에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미뇽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끼어 있었기 때문에 무.. 2020. 7. 26.
아름다운 사람- 동네 커튼 가게 주인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어느 지하철역의 화장실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문구가 그 장소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듯해서 몇 번이나 유심히 읽어 보았다. 공공 화장실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해도 향기가 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정에 간곡하게 호소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화장실을 깨끗하게 보존하려는 의도가 잘 나타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곳에서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려던 사람도 한 번쯤 그 문구를 읽어보게 되면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지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나의 큰 아이가 다섯 살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우리는 17평형 서민 .. 2020.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