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칼럼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minhang 2020. 11. 18.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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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가격도 비싸거니와  특별히 바쁜 사람들 외에는 핸드폰이 필요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을 버스를 기다릴 때에도 버스 정류장에 서서 자연스럽게 걸려오는 핸드폰을 받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전철 안에서도 큰소리로 핸드폰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까지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면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간혹 눈에 띌 정도이니,

온 나라가 핸드폰으로 뒤덮인 듯하다. 

 

어른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이 어린 중고생이나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핸드폰을 마치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하나씩  손에 들고 다니니,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핸드폰 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만 같다.  
 

 주부들 조차도 핸드폰 행렬에 이미 가세한 지 오래이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할 때에도 집에서 들고 나온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즉시 핸드폰을 받는다.

 

산책할 때에도 미리 핸드폰을 목에 걸고 나와서  산책하면서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교회에서조차도 예배 시간에 핸드폰이 울리면 얼른 끄지 않고 버젓이 통화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바쁘고 중대한 용무가 있어서  길을 가다가도, 버스를 타면서도, 미장원에서도,  교회에서도 핸드폰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외출할 때 핸드폰이 없으면 웬지 모르게 불안해한다. 어디선가 연락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핸드폰의 사용료는 일반 전화보다도 훨씬 비싸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진 않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매월 고정 요금이 대개  14,000원 안팎이 되니 그리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의 마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매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핸드폰이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허례허식에 불과한 것이다. 

 

 굳이 핸드폰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과감하게 핸드폰을 없애버리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일 것이다.

 

 잠시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서  그들을 차분히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거리에서 핸드폰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들은 웬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것 같다. 

 

그들은 바쁜 흉내를 내면서 걸어가면서도 핸드폰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의 내면은 외로움과 공허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고독해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핸드폰을 걸고, 또 누군가에게서 걸려오는  핸드폰을 끊임없이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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