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칼럼

건망증이 심한 그녀

minhang 2020. 11. 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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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이 심한  그녀

건망증이 심한 어느 주부의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열쇠나 지갑, 핸드폰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잃어버렸던 팔찌를 어느 날 장롱 위에서 발견했다고 할 정도이니,

그녀의 건망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얹어 놓고 밤을 삶다가 잠시 외출해서 돌아왔더니,

밤은 너무 익을 대로 익어서 부엌 천정 위로 튀어 다니고 있었고

냄비는 어느새 다 타버려서 새까맣게 변해있었다고 했다.

 

건망증이 그 정도쯤 되면 그녀는 분명히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나 유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서

전국의 시청자들 앞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들 부부는 그녀의 건망증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정한 사이처럼 보여졌다.

그녀의 남편은 건망증이 심한 자신의 아내를 그다지 질책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잠시 건망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든 일들을 다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가족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은 제외하고,

그 밖의 일들은 때와 상황에 따라서 기억의 창고에 저장해 놓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잊어버리고 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만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모두 다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무척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망증이 너무 심하면 일상생활에서 다소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건망증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사람에 대한 미운 감정이나 나쁜 기억들은 빨리 잊어버릴수록 오히려 본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의 경우는 좋지 않은 감정의 앙금 같은 것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니,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낙천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건망증이 심한 그녀가 그렇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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