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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럼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by minhang 2020. 9. 24.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아주 오래전에 '안개 기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평범한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였는데, 어느날 주인공인 여자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그 영화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로 끝을 맺고 말았다. 

 

그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주인공인 여자가 남편과 헤어지면서 낙엽으로 가득한 도로 위를 운전해 가던 장면이었다. 

 

그녀의 자동차 위에는 언제 떨어져 있었던지 노란 은행잎들로 온통 뒤덮여 있어서

무척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자동차를 몰고 천천히 도로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차에서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도로위에 떨어져 있던 낙엽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화면 가득히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가 다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영화는 분명히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영화가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그 영화의 아름다운 가을 장면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일 그 영화의 배경이 가을이 아니라 봄이나 여름이었다면

그 영화가 그렇게 아름답게 연출되지는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가을은 대개 이별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고독과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가을에 사랑을 시작하면 왠지 쓸쓸한 것같고

가을에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면 웬지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가을에는 누구나가 시인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온통 단풍잎으로 물들어져 가는 나뭇잎들과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고

가을에 관한 시 한편쯤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을은 질서와 조화로움이 어우러진 계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삼라만상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마는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떨어지게 되는 낙엽들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의 오묘한 질서와

우주의 법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나뭇잎들은 가장 붉고 아름답게 물들다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땅 위에 떨어져서 낙엽이 되어 바람에 쓸쓸히 흩어져간다

가을산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관객에게 좋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연극배우처럼

가을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불태우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공기도 깨끗해지고 하늘은 더욱 높고 맑아지는 것 같다.

가을에는 노란 국화꽃이 화단에 피어나서 더욱 아름답고, 

여기저기서 바람에 나부끼는 코스모스로 인하여 가을은 더욱 향기롭기만 하다.

 

 

 가을은 또한 사색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책을 많이 읽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독서하기에 꼭 알맞은 가을의 기온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준다.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을은 우리에게 더욱 낮아지라고 무언의 손짓을 한다.

 

 가을은 잠시 왔다가 때가 되면 말없이 우리 곁을 떠나간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러하듯이

가을 또한 우리들에게 머무는 기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

 

 어쩌면 그 점이 가을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가을은 자신이 머물러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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