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칼럼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 아주머니에게서 배울점은?

minhang 2020. 8. 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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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사는 아파트 안에 있는 조그마한 문구점에  갔다.

성경필사용  노트 속지와 필기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사놓았던  속지와 사인펜을  두 달만에 다  사용하게 되어 

이번에는  되도록  많이 사놓으려고 생각하며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 같았으면  문구점 주인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매번 잊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문구점에 들어서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문구점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물건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웬일인지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신발주머니를  꽉 부둥켜안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녀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 아이를 불러 세웠다.

 

 

 "얘, 계산도 하지 않고  물건을  가지고 가면 안 되지..   얼른 그것 꺼내놓고 가."

 

그러자 그 아이는 더욱 당황한 모습으로 신발주머니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 저, 아닌데요.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라고  계속 부인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에게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얘, 너, 계속 그러면  너네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 

 

아줌마가 다 보고 있었는데  물건을 그냥 가져가면 어떡하니?"

 

그 아이가   계속  망설이며  신발주머니를  끌어안고 있을 때  다른 손님이  문구점에 들어왔다.

 

그녀는  계산대에서 얼른 나와서  다른 손님이 그 아이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그 아이를  뒤에서 살그머니  안더니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달래면서 속삭이듯이 말하였다.

 

 " 얼굴도 예쁜 사람이 이러면 안 되지. 얼른 물건 주고 가."

 

 그녀가 그 아이에게 거의 사정하듯이 말했다.

 

그제야 그 아이는 신발주머니에서 훔친 물건을  마지못해 꺼내어서

그녀에게 주고 달아나듯이 문구점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손 안에는  아주 작은  카드 한 묶음이 들어있었다. 

가격으로 따지면  천원  채 안될 것 같은 물건이었다.

 

 

내가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

 

" 문구점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나 봐요?"

 

그녀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나에게 대답했다.

 

" 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철이 없어서.. 호기심으로 그러는 거죠."

 

 그녀의  태연한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저런 담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을 보고  나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그런 일이 생겼을 때에는 가게 주인이 소리를 지르고 

아이를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난처한 표정이 되어 그 아이를 다독이듯이 달래고

사정사정하여  훔친 물건을 꺼내놓고 가도록 한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그 아이가 너무 어리니까  상처 받을 것을 염려해서

그런 배려를 해 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시간에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도 놀라서 나에게 말했다.

 

"엄마,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적이야. 

세상에 나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착한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한마디 더하였다.

 

"그렇지?  정말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것 같다. 

문구점 아줌마가 그렇게 고상하고 아름다운 사람인 줄은 나도 몰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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