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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럼

내가 카페 미뇽을 아직도 그리워하는 이유

by minhang 2020. 7. 26.

'찻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근래에는 '찻집'이라는 말 대신에 '커피숍'이나 '카페' 또는'레스토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모두 다 외래어이다.

 

요즈음엔 찻집에 갈 일이 거의 없지만 대학시절에는 찻집에 자주 갔던 것 같다.

특히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찻집에 더욱 자주 갔던 것 같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찻집 '미뇽'은 다른 찻집들과는 분명히 다른 무엇이 있었다.

'미뇽'은 내가 다니던 대학교 정문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교 주변에서 한동안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하숙집에서 지내던 선배 언니들과

저녁에 그곳에서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미뇽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끼어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면 잘 발견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였다.

가파르고 좁은 목조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고 올라가면 찻집'미뇽'의 출입문이 나왔다.

 

목조 계단은 비교적 긴 편이어서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다소 숨이 차서

출입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돌린 후에 그 찻집으로 들어서곤 하였다.

 

찻집 '미뇽'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언제나 여대생들이 앉아서 담소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찻집 치고는 비교적 조명이 밝은 편이어서 테이블에 책과 노트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 찻집의 벽면에는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액자 속에 넣어져 우아하게 걸려 있었고,

전등은 불란서 풍으로 한껏 멋을 낸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찻집 '미뇽'의 분위기는 불란서 분위기였다.

 

 

우리는 그때 찻집보다는 찻집의 분위기를 더 좋아했던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때 미뇽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이 안정되고 따스해져 옴을 느꼈었다.

 

우리는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자세히 기억할 순 없지만

노란 전등 불빛 아래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밝게 웃던 선배 언니의 모습이 기억 속에 떠오른다.

그 당시 그 선배 언니는 이미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여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신입생이었던 나로서는 한참을 우러러보았던 것 같다.

 

그때 우리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조그마한 것에도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때 우리 각자의 앞날을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때 우리는 20대 청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지....

 

그러나 그 당시에는 20대가 그렇게 빛나는 시절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고3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서 가까스로 대학교에 입학한 우리로서는

'이제는 그만 되었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스스로 만족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조그마한 것에도 쉽게 웃고 쉽게 슬퍼했으리라.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대학교도 인생에서 지나가야 할 한 정류장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청춘도 우리에게 잠시 왔다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내가 그 찻집 '미뇽'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그곳에는 나의 청춘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 눈부신 젊은 날의 기억들이 '미뇽'의 은은한 조명등의 불빛과 함께

아직도 그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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