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칼럼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생각나는 소설- 작지만 소중한 일

minhang 2020. 7. 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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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전에 읽은  소설이라서 지금은  작가의 이름도  정확한  제목도  기억에 가물가물 하지만  

생활이  힘들 때나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그 작품의 내용을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내 마음이  잠시동안이나마  따스해지곤 한다. 

 아마  외국 작가의 단편 소설이었던 것 같다. 

제목은  '작지만  따스한 일' 또는 '작지만 소중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남자였던가 여자였던가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튼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몹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 일이  부지불식 중에 터진 일이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어서  무척 황망한 심정에 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은  어느 친절한 이웃의 집에 들르게 된다.   

평소에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 이웃은  힘든 일을 겪은 주인공에게 

금방  구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빵을  먹기를 권유한다.

그 빵을  주인공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갓 구운  빵의  구수한 향기가  이름 모를 이웃의 따스한 마음과 함께  

피어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사실이다.  

 힘들고 슬픈 일을 당한 사람에게 우리가 보통 할 수 있는 일이란  

말로써  위로를 하거나  함께 울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소설속의 이웃은  그렇게 하지 않고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다만 갓구운 따뜻한 빵을  먹기를 권했을 뿐이다. 

 

정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의 행동은 상식을 초월한 일이고 너무나 작고도 보잘것없는 일일 것이다.   

지극히 커다란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음식은 아마도 사치가 될 것이다.

그런 경황중에  식욕도  제대로 생길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웃이 주인공에게 직접  만든 따스한 빵을 먹기를 권유한 것은 

이미 죽은 사람은 어찌 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휴머니즘의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는  슬픔에 처한 주인공을  어떻게 하면 위로할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슬픔에 지쳐 원기를 상실한 주인공에게

직접  빵을 만들어서   먹이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요즈음은  제과점에서  갓구운 빵 냄새를  잘 맡기가 어렵지만  예전에는

제과점 앞을 지나가면 금방 구운 빵의 달콤하고도 구수한 냄새가  골목을 가득히 채우면서 

웬지모를 삶의 활기와 생동력을   느끼곤 하였다. 

 

피곤한 일상에 지쳐서  파김치처럼 축축 늘어져서 집으로 돌아올 때 

그 골목길의 제과점에서 풍겨 나오던  구수한 빵의 향기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갓 구운 빵에서 나오는 향기는  마치 고향처럼 푸근해서 

축축 늘어진  식물에 물을 공급하면 갑자기 잎이 살아나듯이 

삶에 지친 사람에게 일시적이나마 원기를 북돋아주는 놀라운 힘이 있는 것 같다.

 갓 지은 밥에서 나오는 구수한 향기도 마찬가지이다.

매번 밥을 지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밥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압력밥솥의 압력추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하면

얼마 안 있어   구수한 밥 냄새가 나면서 삐삐 하는 신호음이 울리면서 밥이 다 되었음을 알려준다. 

갓 지은 밥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초에서 1분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매번  스치듯이 지나가는 밥의 향기는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주고  평화스럽게 만들어 준다. 
          
 사랑이란  말로써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행동과 실천이 따라야만 한다.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갓 구운 따스한 빵 한 조각을 건네는 일은  

겉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일이지만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무척 소중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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