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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채 ‘빌라왕’ 급사, 전세보험 든 세입자도 보증금 반환 어려워

minhang 2022. 12.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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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채 ‘빌라 왕’ 급사,  전세 보험 든 세입자도 발동동


 
 

“구상권 청구할 집주인 없어져”… 보험 가입한 200명 돈 못받아

 
 
서울 시내 주택 밀집지역./연합뉴스

 
 


수도권에서 1000채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해 ‘빌라 왕’이란 속칭이 붙은 40대 임대업자 김 모 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 수백 명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까지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보증 기관에서 보상을 못 받고 있다.

11일 주택도시 보증 공사(HUG)에 따르면, 김 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 변제(보증 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는 이를 근거로 대위 변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데 집주인이 사망한 탓에 세입자들은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세입자가 소송 없이도 전세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로 통하던 보증보험이 임대인 사망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김 씨 소유 주택 세입자 중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사람만 최소 200명에 달한다.

대위 변제가 이뤄지려면 4촌 이내 친족 중 누군가 상속을 받아야 하는데, 상속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됐고, 올 들어 집값도 가파르게 내리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씨의 유일한 혈육인 부모는 상속 의사가 불명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김씨 재산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관리인 선정에도 애를 먹을 전망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불편을 잘 알지만, 규정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김 씨 부모가 상속을 받도록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를 낀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올해 6월 기준 소유 주택이 1139채에 달했다. 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지난 4월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피해가 확인된 가입자만 4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200여 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는 것 말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김창범 변호사는 “불과 2~3년 사이에 1000채 가까운 집을 한 사람이 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전문적인 전세 사기 조직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통상 전세 사기에 동원된 집은 전셋값이 시세보다 비싸고, 최근 집값도 약세여서 경매를 진행해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보증금을 제때 못 받은 피해자들은 이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수백만 원의 계약금을 날린 사례도 있다. 피해자 카페 관계자 박 모 씨는 “피해자 상당수가 20~30대여서 보증금을 못 받으면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며 “전세 사기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하고,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 전세 계약이 남았거나 집주인인 김 씨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세입자도 있어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피해자는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김 씨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세금까지 체납한 악성 임대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부동산 거래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건 관련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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