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크리스쳔문학 발표시/ 붕어빵을 굽는 여자 붕어빵을 굽는 여자 / 이정화 젊은 여자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은행잎이 한창 물들어가고 있던 가을날 오후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았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 옆에서 잘 익은 가을을 단 한번에 뒤집던 여자 사람들은 줄서서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데 노랗게 익은 가을을 봉지에 가득 담아주던 여자 머플러를 두르고 앞치마를 입고 바람의 사연을 여유있게 들으며 나뭇잎의 경전을 한 순간에 독파하던 여자 한 여자가 가을을 굽고 있다 레테의 연가를 읽으며 붕어빵과 잉어빵 사이에서 시간의 줄타기를 하던 그때 가을 골목길 한 모퉁이가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 한국크리스천문학 2015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