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창작시 23

붕어빵을 굽는 여자

한국크리스쳔문학 발표시/ 붕어빵을 굽는 여자 붕어빵을 굽는 여자 / 이정화 젊은 여자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은행잎이 한창 물들어가고 있던 가을날 오후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았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 옆에서 잘 익은 가을을 단 한번에 뒤집던 여자 사람들은 줄서서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데 노랗게 익은 가을을 봉지에 가득 담아주던 여자 머플러를 두르고 앞치마를 입고 바람의 사연을 여유있게 들으며 나뭇잎의 경전을 한 순간에 독파하던 여자 한 여자가 가을을 굽고 있다 레테의 연가를 읽으며 붕어빵과 잉어빵 사이에서 시간의 줄타기를 하던 그때 가을 골목길 한 모퉁이가 붉게 물든 단풍잎처럼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 한국크리스천문학 2015년 가을호

창작시 2020.10.18

시문학 발표시/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세상을 클릭하다

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 /이정화 밤이 어둠의 장화를 신고 걸어나온다 블랙홀에서 샛노란 별들이 쏟아진다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잠든 장미 오리온 자리와 페가수스 자리를 돌며 배회하던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남쪽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새벽을 부른다 내가 너에게로 달려 갈 동안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구름이 변하여 비가 되어 내리겠지 내가 취소와 등록 버튼 사이에서 망설이는 동안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갔는지 너는 먼 곳을 돌고 돌아 나에게로 왔는데 내가 너의 소매자락을 붙잡기가 너무 힘겨워 쉼표 하나에 표정을 바꾸고 물음표 하나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너의 향기를 너의 미소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로 달려 갈 동안 정지된 시..

창작시 2020.10.15

마침표 하나가 나의 길을 막는다

마침표 하나가 나의 길을 막는다 /이정화 스마트폰으로 시를 쓰는데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마침표가 자동으로 찍힌다 문장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찍히는 마침표는 어디에서 왔을까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핸드폰 화면은 자꾸만 꺼지고 내가 연출하지 않았는데 마른하늘에 천둥과 벼락이 내려치고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나의 의도와는 다른 말들이 거미처럼 불쑥 기어 나오고 내가 미처 물을 주지 않았는데 양파에 새싹이 돋아나고 내가 가벼운 시선 한번 던지지 않았는데 아파트 화단 위에서 제라늄은 붉게 피어나고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너는 등을 돌리며 떠났다 풀잎에게 바람의 언어를 배우고 별들에게 마침표의 행방을 물어본다 마침표 하나로 너의 모습이 바뀌던 어느날 저녁 -한국현대시 2020년 상반기호

창작시 2020.10.13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