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봄날의 방정식

minhang 2021. 4. 2. 11:25
728x90
반응형

봄날의 방정식

/이정화

 

 

봄이라는 방정식을 풀어 본다

여름은 잠시 접어 두고

봄을 괄호 속에 집어넣어

인수분해를 해본다

봄을 잘게 나누어갈수록

수선화가 노랗게 기침을 하고

햇살처럼 퍼져 나가는 시간의 향기

 

괄호와 괄호를 묶어서 곱하고

더하기와 빼기를 적당히 섞는다

봄을 괄호 속에서 다시 빼내고

꽃의 삼각 함수를 구한다

봄날의 이원 일차 연립 방정식

미분과 적분의 세계를 넘나들다가

아지랑이는 갈 길을 잃어버렸다

봄을 무한대로 리미트 할 것

봄의 그래프 위에

꽃의 좌표를 붉은 점으로 표시한다

x축과 y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들이 일제히 노래하기 시작한다

 

봄날의 기울기를

싸인과 코싸인, 탄젠트로 측정하고

나는 괄호 밖으로 걸어 나온다

- 시문학 2015년 4월호

728x90
반응형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소묘  (8) 2022.04.20
잔치 국수  (17) 2021.04.07
매니큐어를 칠하다  (10) 2021.01.27
샬롬 미용실  (13) 2020.12.27
고요한 물결  (19)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