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조명등 가게를 지나며

minhang 2022. 8.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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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등 가게를 지나며

 

   /이정화

 

 

비 내리는 오전

운전 연습을 하면서 보았다.

조명등 가게에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몇 개였을까.

유리창 밖으로 그리움처럼

노란 등불을 하나씩 머리에 달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가게 안을  가득히 지키고 있던

조명등들의 소리 없는 함성들.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을까.

빛은 있으되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

 

비 내리는 날.

우울한 거리의 한쪽 모퉁이에서

희망처럼 환히 등불을 밝히고

제 한 몸 쓸쓸히 쓰러져가며

빛이 되어

어둠을 말없이 밝히고 있던 조명등 가게.

 

깨어있는 자의 슬픈 눈빛을 보았다.

잠들지 못하는 자의 고뇌를 읽었다.

 

-이정화 시집 [가을이 저무는 창가에서] 중에서

 

 

출처: https://jh-yie.tistory.com/1152 [꽃잎 살리기: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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