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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등 가게를 지나며
/이정화
비 내리는 오전
운전 연습을 하면서 보았다.
조명등 가게에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몇 개였을까.
유리창 밖으로 그리움처럼
노란 등불을 하나씩 머리에 달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가게 안을 가득히 지키고 있던
조명등들의 소리 없는 함성들.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을까.
빛은 있으되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
비 내리는 날.
우울한 거리의 한쪽 모퉁이에서
희망처럼 환히 등불을 밝히고
제 한 몸 쓸쓸히 쓰러져가며
빛이 되어
어둠을 말없이 밝히고 있던 조명등 가게.
깨어있는 자의 슬픈 눈빛을 보았다.
잠들지 못하는 자의 고뇌를 읽었다.
-이정화 시집 [가을이 저무는 창가에서] 중에서
출처: https://jh-yie.tistory.com/1152 [꽃잎 살리기: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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