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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무는 창가에서
/이정화
그렇게 슬픈 목소리로 울지 마.
내 시월의 창들아
그 슬픈 눈으로
곱게 물든 은행잎을 바라보지 마.
너의 흔들리는 그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빛을 끌 수 있다면
네 투명한 마음속에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담을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악수를 건네리.
슬퍼하지 마
내 시월의 창들아
이렇게 넓은 세상 속에서
또 낙엽은 지고
연인들은 쓸쓸히 헤어지고
저만치서
이별과 절망의 발자국을 뚜벅뚜벅 울리며
겨울은 걸어오고 있는데
이제 우리, 두꺼운 외투를 하나씩 준비하자
그대와 나의 오랜 이별을 위하여.
- 이정화 시집 [가을이 저무는 창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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