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목련의 화법

minhang 2023. 4.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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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화법

 /이정화

 

 
 
목련을 처음으로 만나던 날  
몹시 눈이 부셨다
 
봄이 처음으로 나에게 왔는데
꽃보다 잎이 나중에 피어나던
그의 어눌한 화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목련이 떨어지던 날
세상의 문이 닫혀지고
그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꽃잎이 떨어진 가지마다 
푸른 희망의 등불이 켜지고 있었다
 
목련이 하얗게 다시 피어나던 날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그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났다
 
상처난 가슴을 열어 보이며
꽃잎은 침묵의 화법으로 말하고 있었다 

 

-한국크리스천문학 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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